카테고리 없음

오래전에

드라마틱! 2020. 10. 15. 21:55

두 개의 섬을 거느린 무의도는 영화 때문에 '실미도'가 더 유명해졌지만, 소무의도 그곳에 가려면 배를 두 번 타야 한다.

 먼저 잠진도 선착장에서 승용차는 40대가량 사람은 300명가량을 한꺼번에 태우는 배로(주말이나 성수기엔 약간 더 큰 배도 다닌다) 무의도로 건너간다. 배는 보통 아침 7시가 첫 배로 30분 간격으로 운항하지만, 비수기엔 결항시간을 참고해야 한다. 계절에 따라 한낮엔 배가 없을 때도 있다는 말씀.
♣♧ 무의도 배편 시간 확인 
 차는 보통 승용차가 2만 원 정도(운전자 1인 포함). 외지방문객은 성인 1인 3,000원이다. 왕복요금으로 들어갈 때 표 끊어서 내고 나올 때는 그냥 나온다. 참고로 송아지 1,600원 돼지 1.300원 개 800원 자전거는 5,000원이다. ^^;
♠♤ 무의도 배 요금 확인

 수도권에서 가까운 편이라 드라마 촬영지로도 주목받는 이곳은, 주말이면 배를 타려는 차들이 잠깐 사이에도 줄을 길게 늘어선다.

 배는 떠나는가 싶으면 곧 건너편에 도착한다. 멀미 걱정은 애초에 할 필요가 없고, 배 타고 5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갈매기에게 새우깡 주며 촬영시간을 갖는 것이 고작이지만, 나는 그들의 들뜬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밌다.
 무의도에 내리면 한 배 탔던 사람들의 행선지 크게 3곳일 것이다. 연인들은 하나개해수욕장(천국의계단 세트장이 있단다)으로, 등산객은 무의도 선착장 반대편의 무협지에 나오는 이름 같은 호룡곡산 등산로로, 나 같은 낚시꾼은 역시 소무의도쪽 광명선착장으로 간다. 자가용으로 가는 방법과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버스요금은 1,000원이다. 선착장에 내리면 대게 버스가 기다리고 있지만 손님이 적을 땐 미니 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둘 중의 하나를 타면 휴대폰에 기사님 휴대폰 번호를 저장해두면 좋다. 선착장 이외의 곳에서 다시 나올 땐 마냥 버스를 기다리기보단 기사님께 전화를 해야한다. 한마디로 콜버스인 셈이다. 특히 광명선착장에서 마냥 버스 기다리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 소무의도로 가려면 차는 광명선착장 전의 도로변에 주차해 놓고 가야한다. 선착장 입구에 소무도로 건너는 배 선장님 휴대폰 번호가 푯말로 걸려 있다. 요금은 왕복 4,000원. 역시 들어갈 때 지급하고 나올 때는 그냥 타고 나온다.

 우리가 소무의도로 건너가자마자 열렸던 문이 스르르 닫히듯 안개가 껴서 운치를 더했다. 육지에서 먼 섬의 경우 배를 결항 시키는 요인중에 높은 파도와 더불어 이 짙은 해무가 종종 나그네의 발을 묶어 놓기 일쑤다. 백령도에 두 번 갔는 데 한 번은 폭설로 한 번은 해무로 하루 이틀씩 더 묵고 와야했었고 여름 휴가철에 승봉도를 가려고 했었으나 해무로 인해 배가 기약없이 지연되어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던 적이 두 번이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배를 두 번 타야하나 목적지가 지척이니 그런 염려는 없는 셈이다.

 해무가 짙게 낀 날은 배가 항구에 묶이듯 갈매기도 선착장에 사열을 하고 열을 맞춰 서라고 소리를 지르는 듯 소란스럽다.

 이곳에서 낚시로 작은 놀래미나 깜팽이(우럭 작은거)를 잡을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광어도 만나고 돌 틈에서 낙지도 만날 수 있다. 작년에 잡았던 위의 광어가 4짜 중반.

 집에서 회를 떠서 한 상 거하게 차려 먹었던 기억. 이곳 소무의도는 포획금지 체장을 넘어서는 우럭과 놀래미를 잡기도 어렵지만 포획금지 체장인 21cm 이하의 광어를 잡기 또한 어렵다. 꽝칠 때도 있지만 광어가 잡히면 모두 30cm 이상이란 말이다. 아니 이것은 연안 낚시에서 보편적으로 그렇다. 갈수록 씨알이 준수한 우럭을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럴수록 보호령에 의한 치어 포획 금지체장을 잘 지켜나가야 할 텐데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는 낚시인이 태반이다.  아래는 얼마 전에 잡은 38cm. 
  어종별 포획 금지 체장 보기

 루어 낚시로 잡은 광어. 봄 도다리 가을 광어라. 산란이 끝난 여름엔 살이 빠지고 푸석해지지만 가을이면 살이 더 도톰하고 단단해져 입맛을 돋운다. 배가 온전히 하얀 것은 100% 자연산이고 부분적으로 얼룩덜룩한 것은 치어 방류한 광어가 자란 것이거나 양식장에서 탈출한 광어로 보면 된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쯔쯔 피이코 피이~ 쯔쯔 피이코 피이~"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녀석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녀석의 둥지가 있는 곳이 바로 내 낚시포인트. 바다직박구리인데 녀석도 꿩과 마찬가지로 수컷은 장끼처럼 색색의 고운 옷차림이고 암컷은 까투리처럼 수수하다. (사진의 출처는 slr클럽의 Tino님 작품)

 낚시 조과가 시원찮다면 물 많이 빠지는 시간에는 바위에 붙어 있는 굴과 갯고동 홍합도 딸 수 있다. 하지만 소무의도 선착장의 조개는 주민이 키우는 것이라 손대면 안된다. 굴을 따기 위해선 이 빠진 과일 칼을 챙겨 가면 좋겠다. 

 섬은 작아 주민은 70~80명 정도 된다. 민박집이 4~5곳 있고 구멍가게는 두 곳. 하지만 물품이라고는 많지 않다. 생수,음료수, 담배, 라면, 부탄가스, 과자 몇 종류, 아이스크림 뭐 이런 것은 살수 있다. 값은 당연한 얘기지만 육지에 비해 비싸다. 친구가 아이스크림 여섯개를 사오며 하나에 천원씩이라고 비싸다고 투덜대긴 했으니. 하지만 배를 두 번 타야 오는 이곳에서 대형마트 반 값 아이스크림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니냐며 여섯 개씩이나 사왔다고 되려 우리는 친구를 구박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도록 낚시로 큰 소득이 없어 가져온 고기를 굽고 채집한 조과물을 굽고 끓이고 술 한잔 하며 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고교 동창인 셋이서 이렇게 방파제 한쪽에서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우리처럼 근처에 텐트를 치고 낚시 온 일행 세 분이 합류한다. 그네들이 준비한 먹을거리까지 함께 먹으며 환담을 나누다 보니 웃음소리 더욱 높아지고 술잔은 더 빨리 채워졌다. 우리도 그렇지마는 그들도 나름의 색깔이 분명해 보인다. 한 사람은 한량이고 한 사람은 점잖고 또 한 사람은 정이 많아 보인다. 어울려있으나 빛깔의 경계는 분명하고 그러면서도 함께 있을 때 빛을 발하는 보색대비처럼 어울린다. 셋보다 여섯이서 자리를 함께하니 그만큼 비례하여 즐거운 기대 이상이라는 의견이 일치하는 밤이 깊어간다.

 어느새 명함이 오가고 술김의 허언처럼 다음을 기약한 일행이 떠나고 우리는 화로에 모닥불을 지폈다.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를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달랜다. 말없이 모닥불에 둘러앉아 있어도 머쓱하지 않고 철없던 시절 얘기를 터 놔도 말이 날까 걱정이 없는 친구들과의 자리가 좋다.

  부두는 조업용으로 만들었는지 지난해 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전등이 환하다. 저 정도 밝기면 올가을엔 갑오징어가 나올만 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웃음이 피식 난다. 암~ 낚시꾼이 어련하겠나. 하하. 이글거리는 낮에 선착장 반대편 마을로 가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끌어주고 친구가 얻어온 바지락으로 국 끓여 속 풀이까지 한 우리는, 술이 올라 밤낚시는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낮엔 있는지도 몰랐고 밖에서 저녁 먹을 때도 모기는 신경쓰이지 않았으나, 입구를 그냥 열어둔 텐트 안에는 특공 모기가 열 마리쯤 잠복하고 있었나보다. 그 공격이 집요하고 맹렬하여 할 수 없이 플레쉬로 한 녀석씩 색출하여 다 잡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밖이 환해지는 새벽 5시가 좀 넘어서 일어난 나는 아침 장을 보러 갯바위에 섰고, 두 시간 동안 25cm 정도 되는 우럭 한 마리를 잡아 들고 돌아와 친구들을 깨우고 코펠에 밥을 안쳤다. 한 마리밖에 없어서 더 정성을 들여 회를 뜨고 친구는 지난밤 함께한 낚시꾼 일행이 준 돼지고기 두르치기를 볶아 그런대로 한 상 차려 아침을 먹는다. 

 둘째를 가진 제수씨가 귀가를 종용하는 바람에 어제와는 달리 구름이 덮어 낚시하기 좋은 날씨였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소무의도를 나와 무의도 선착장 가는 길, 도로 가에 살구나무를 발견해 차를 세우고 둔해진 몸을 날려 오랜만에 나무에 올라 빛깔 고운 살구 몇 개 따고

 공터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한 묶음 꺾어 가져왔다. 그거 뭐 하려고?  향기나 있을까 모르겠다며 친구는 웃었지만, 그래도 들꽃향이 아니던가? 친구가 맡아보더니, 와~ 괜찮네! 한다. 집으로 오는 동안 꽃대가 힘없이 고개를 꺾더니만 밑동을 다시 가위로 잘라주고 꽃병에 찬물을 담아 꽂아두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줍던 고개를 들고 싱싱하다.  며칠 방 안이 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