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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잠깐

드라마틱! 2020. 10. 15. 21:56

 공원에서 잠깐 책을 읽고 있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매미가 운다.
올해 처음 듣는 소리라 책 읽기를 중단하고 고개를 들어 매미가 있는 나무를 가늠해 본다.
그리고 귀를 기울인다. 역시 녀석 혼자다.
"너무 일찍 나왔구나."
보통 7년 정도, 인생의 99%를 땅속에서 지내다
짝짓기를 위해 지상에 나와
열흘에서 보름 남짓 살다 가는데,
그 외에 아무도 없다니
그 외로움이라니..
녀석도 그걸 깨달았는지 울음소리는 얼마지 않아 그쳤다.
그리고 한참 지나도 다시 들리지 않았다.

 땅바닥엔 곰개미 일개미들이 '그 사건'에는 아랑곳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행보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마주 보고 울어도 끝내 전해지지 않는 마음도 있기 마련이고
비록 공허한 메아리처럼 허탈했겠으나
그 울음소리는 땅속에 잠들어 있는 다른 이를 깨웠을 테고
그 덕분에 몇몇은 함께 빛을 보리라.

 남보다 앞서서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고독을 또한 감내해야 하는 법.
때론, 진실함 보다도 타이밍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